박보균 '문화 번영의 시대' 약속…청사진은 제시 못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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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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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 현안 질의에 단조로운 답변 일관
미흡한 자료 제출로 특혜 시비 등 각종 의혹 키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자료 받지 못했다고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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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문화 번영의 시대의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 현안에 관한 질의에 단조로운 답변으로 일관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를 막기에 급급했다. 미흡한 자료 제출로 자녀들을 둘러싼 특혜 시비 등 각종 의혹을 키웠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박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능력과 자질을 직접 말해달라는 질문에서조차 이미 수차례 언급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의 문화적 가치 발굴·재조명을 거론하는 데 머물렀다
나머지 설명은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는 자기 고백에 불과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시절(2015~2016)에 출판·영화·스포츠 기사를 1·2·3면에 배치하고 1999년에 발레인 후원 모임을 창설한 점 등이다.
박 후보자 엄호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한 사례를 부각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관련 칼럼·
강연 내용이 지극히 적어 대한제국 공사관 매입 분위기를 형성한 사실만 재차 강조했다
최형두 의원은 "1990년대부터 언론 보도와 저술 활동을 통해 대한제국 공사관을 매입하는 데 일조했고,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며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 전통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치켜세웠다.
배현진 의원은 해명의 기회를 주는 한편 정책 질의에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감을 살 만한 질문도 던졌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운영하는 좋은 정책은 이어갈 계획"이라며 "계속됐으면 하는 정책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후보자는 한 가지 정책도 콕 집어 설명하지 못했다. "K-콘텐츠 지원, 체육계 지원 등 전임 정부의 정책을 온고지신으로 삼겠다"고 에둘러댔다
"방향성을 과감히 달리하고 싶은 정책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언론의 자유와 한한령 문제 상황만 거론할 뿐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모호한 답변은 박정 의원과의 관광청 설립에 대한 질의응답에서도 나왔다. 박 의원은 "제주도에 신설하려는 관광청이 제주도청 소속이냐? 아니냐?"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도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생각을 정리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
"차관급인 관광청장이 각 부처와의 협업과 해외 문제를 원활히해결할 수 있겠냐"는 질의에는 "장관이나 차관보다 담당자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국제문제라던지 부처 간 협약 문제에서 칸막이를 없애고 조정하는 역할은 장관이 해야지, 청장이 수행하기에는 역부족하다"며 "실무자가 해결할 일이었다면 정부조직을 개편할 필요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후에도 흐리터분한 답변이 계속되자 강하게 질책했다.
유정주 의원은 "개인적 생각을 묻는 질의에 계속 '살펴보겠다'라는 말만 하느냐"며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 계속 질의를 하는 게 맞는 건지, 청문회를 이어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보였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승수 의원은 단문으로 제출한 답변자료를 문제 삼으며 "언론인 시절 쓴 군더더기와 미사여구 없는 간결한 표현은 의원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당 자료가 왜 없는지, 기관이 제출하기 어려운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후보자는 "앞으로는 장문으로 쓰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부터 자료 제출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대다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박정 의원은 "자료 제출은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와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후보자의 자세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 없으면 장관을 하지 말라"며 "'딸이 우는데 자료 제출 요구를 그만하라'고 했다는 말이 들리던데 이 부분은 나중에 확인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료를 열네 가지로 추린 뒤 박 후보자에게 오후까지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박 후보자는 "최대한 신속하게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대다수 자료는 국회로 넘어오지 않았다. 후보자·배우자·장차녀의 출입국 기록 사본과 해외 환전 송금 내역, 장학금 수혜 내역, 1990년 삼성언론재단 언론인저술지원 사업 대상자 모집 공고문 및 후보자의 지원 신청서·저술계획서 자료 일체 등이다. 박 후보자는 울산대·한양대 임용 지원서 요구에 '기자 30년 역할'이라는 문구만 짤막하게 적어서 제출했다. 관련 강연 동영상 사본 요구는 '자료 없음'이라는 문구로 대신했다.
박 후보자는 9시간가량 진행된 질의응답이 끝나고 최종발언에서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소임이 주어진다면 오늘 의원님들께서 주신 고견·성원·지혜를 받아들이고, 현장과 폭넓게 소통하며 장관으로서 소명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