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문턱 낮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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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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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정신건강 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미디어를 통한 정신질환 인식개선 방안을 탐색했다. 심포지엄은 △서화연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교수 △황애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행정원 △김미현 10데시벨 기획단원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발제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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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언론·미디어의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왜곡된 정보와 편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신과 질환을 다루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해우 단장은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사회 정신건강 보호 체계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정보를 얻기 위한 절차가 매우 간편해진 만큼, 정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이 확산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미디어와 언론 보도를 통한 정신질환 인식 개선 방안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의 심리적 문턱은 여전히 높다. 지난해 발표된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진단 가능한 정신질환에 이환된 사람 중 10.1%
최근 1년간 이환된 사람 중에서 단지 7%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담했다. 이는 캐나다 46.5%, 미국 43.1% 등에 비해서 크게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치료격차’ 즉, 치료가 필요한 사람과 실제 치료를 받는 사람의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서화연 교수에 따르면 사회적 편견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접근성을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빅데이터 전문기관과 2016년1월~2019년7월까지 네이버 블로그, 트위터,
카페 등에서 정신과와 연관된 단어를 포함하는 600만건의 글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제도적 불이익으로 분류될 수 있는 단어(34%)가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사회적 인식을 나타내는 단어(27.8%),
약 부작용과 연관된 단어(18.6%), 치료 비용과 관련된 단어(16.1%)가 그 뒤를 이었다. 연령에 따라 20~30대 젊은 층의 경우 제도적 불이익에
50대 이상에서는 사회적 인식이 정신과를 방문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 교수는 “사람은 문제를 인식하면 특정 서비스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는‘도움 추구 행위’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문제를 인식해도 도움 추구 행위로 나아가지 않을 수 있다”며 “환자들이 도움을 받았을 때의 효과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병원에 방문하기 까지 비용
사회적 여건, 편견 등 구조적 문제가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질환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치료 격차를 줄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입이며,
이는 젊은 층에서 더욱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50대 이상에서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교정하기 위한 개입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병과 치료 방식에는 미디어가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황애리 선임행정원이 나은영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신문
방송, TV 등 대중매체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를 획득했다. 정신질환자 범죄 보도, 과학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기사가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유발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기사가 급증하고, 기사들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게재된 기사 중 정신건강과 관련된 단어를 포함하는 기사 1011건을 분석한 결과, ‘자살’이라는 검색어가 가장 빈번히 나타났다.
남성, 성인, 국내 사례가 주로 다뤄졌다. 중립적 논조의 기사가 가장 많았지만, 부정적 논조의 기사가 긍정적 논조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조현병’과 ‘자살’ 등의 단어가 포함된 기사는 대부분 부정적 논조였다.
황 선임행정원은 “범죄에 대한 사실보도는 피할 수 없지만, 특정 정신질환을 범죄 또는 폭력과 연관해 보도할 경우, 그 질환이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런 범죄에 개입될 수 있다는 편견과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다”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인을 강조한 보도나, 일반인들의 공포심은 낙인과 거부감으로 확산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신건강 관련 언론보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바람직한 보도 방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실제 취재 담당 기자뿐 아니라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등이 언론 준칙을 수립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환자들의 자발적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미디어를 활용한 정신건강 인식개선 프로젝트 ‘당사자 인권톡(Talk) 10데시벨’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10데시벨 기획단은 정신질환 당사자인 구성원들이 SNS와 언론을 통한 홍보 활동에 나서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있다.
10데시벨 1기 기획단으로 활동한 김미현 단원은 “10데시벨 활동을 하면서 인터뷰, 출판, 문화 캠페인을 벌이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정신질환 장애인과 환자들은 개인 차가 있겠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범죄율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음에도 언론 보도가 정신질환의 위험성과 부정적 측면을 자극적으로 부각하는 상황이 빈번하다”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편견을 걷어내고 자존감을 지키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자살보도 권고기준’도입 효과에 착안해 정신질환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전홍진 교수에 따르면 자살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변화가 자살률의 변화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01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1만3799명 보다 781명(5.7%) 감소했다. 앞서 2011년(1만 5906명) 대비 2019년 및 2020년 자살사망자 수는 각각 2107명(13.2%), 2888명(18.2%)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