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부문화 접한 소년에 관대한 처리 규정 내놔… 당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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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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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데일리NK 평양시와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당 법무부는 지난 4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소년 처벌에 대한 의견 대책안’이라는 제의서를 중앙에 제기했으며, 이후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 비준을 받아 8일부터 전국 사법, 안전기관들에 지시를 내리고 집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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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불법 영상물 유포 등 반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 규정을 담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된 뒤 관련 단속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문화를 경험한 소년들
까지 모두 ‘사상범’으로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당 법무부가 별도 규정을 마련하고 나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소년의 90%가 외부문화를 접하고 있다는 전국 안전기관 조사에 따라 현재의 현
실을 반영한 소년 대상 사법 처리 방침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내부적인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내부에서 ‘4·8 비준 과업’이라 칭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소년 처리 규정은 크게 5가지로 돼 있다
북한은 이처럼 소년들에 관대해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처분 규정을 제시하면서 국가적 명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을 맞아 당이 내린 배려라는 정치적인 선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안전국, 검찰소, 재판소에 법 위반 소년 처리에 대한 지시사항이 내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면서 소년 법 위반자
이에 따라 사회적 교양 처분이 내려지기도 하고 성인과 똑같이 중형이 선고되기도 하는 등 형법에 기초한 사법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오락가락한 처벌이 내려졌다.
특히 ‘범죄를 저지를 당시 14세 이상 되는자에 대해서만 형사책임을 지운다’는 형법에 따라 14세 미만의 소년들은 그동안 수사 대상에서도 배제됐지만
아이들을 통해 불법 영상물이 유통되는 사례가 늘면서 소년들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붙잡아 조사하는 등 마구잡이식 수사가 이뤄져왔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내부에서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단속이 여러 기관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단속 주체들 간의 과도한 성과 경쟁으로 소년들에 대한 법적 처리를 남발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다 이번 4·8 비준 과업에 따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위반한 소년에게 사회적 교양 처
분이 내려지게 되면서 구금돼 있던 소년들이 풀려나 집과 학교로 돌아가게 됐다.
실제 평양시 소식통은 “집단으로 남조선(남한) 화면음악(뮤직비디오)을 돌려보다가 발각돼 각각 선교구역,
락랑구역 안전부에 잡혀 온 13살 초급중학교(중학교) 남학생 10여 명이 예심과 구류장에 구금돼있다가 풀려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풀려난 소년들의 가정과 학교에 교양자료를 배포하고 ‘소년기의 사상이 본인의 인생은 물론 당과 국가 앞에 훌륭한 역군이 될지,
배은망덕한 역적이 될지가 중요하게 좌우된다’는 내용의 사상 교양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황해남도 소식통은 “4·8 비준 과업에 따라 안전부, 검찰소, 재판소에서는 학교와 기관,
인민반에 나가 ‘소년들이 이색적인 문화에 물들지 않게 가정과 학교들에서 손전화기(휴대전화)와 컴퓨터 기기 사용에 대한 검열을 정상적으로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나이에 각종 전자기기를 활용해 외부문화를 접하는 현상을 없애려면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소식통은 “사법, 안전기관에서는 소년기에 저지른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은 사회적
교양 처분으로 끝내라는 당의 은혜를 모르고 배은망덕해 청년기에도 또다시 법을 위반한다
면 소년기에 있은 과오까지 합쳐 형사 사건으로 취급하게 될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