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복지가 아니다…윤석열 정부 체육정책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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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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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독자들께 사과 말씀부터 드린다. 명색이 수포츠인데 무릎을 탁 칠만한 의미 있는 숫자는 없다. 정부와 대한체육회 통계를 찾다가 시간만 낭비했다. 재미도 없을 듯하다. 체육정책 이야기다. 우리나라 체육정책의 당면 과제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국가발전 동력으로 스포츠산업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니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답을 찾는 과정은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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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도 시류를 탄다. 보기와 달리 꽤나 정치적이다. 지난 대선 때 체육계는 여야로 나뉘었다.
여기저기서 지지 선언이 나왔다. 체육인의 정치 참여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그동안 너무 미미해 아쉬움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번처럼 심한 편 가르기는 처음 봤다. 체육계도 우리 사회처럼 둘로 쪼개져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체육정책은 정권에 따라 바뀌어왔다. 많은 체육인들은 5공 시절을 그리워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체육계는 양적으로 급성장했다
정부 예산을 맘껏 끌어올 체육부가 독립, 신설됐다. 야구 축구 등 프로 스포츠가 출범했다.
독재에 대한 국민 불만을 회유하려는 우민(愚民)정책이란 비난은 40년이 지난 지금 보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던 1960년대 진영 논리와 비슷하다.
다만 그때 스포츠를 볼거리와 국위 선양의 도구로만 생각했던 근시안이 아쉽다. 6공 때는 대선을 앞두고 전국 단위 거대 조직인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급조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주춤했던 체육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면서 반등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치러진 국제대회는 판정 논란,
재정 낭비 등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스포츠도 산업이란 인식이 자리 잡았다. 예전과 달리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가 시작됐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이어졌다. 선거 조직이란 의심을 받던 생체협도 정치색이 빠지면서 순수 스포츠 단체로 탈바꿈했다. 물론 현재까지도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스포츠의 질적 성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체육정책은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때 나온 학교체육진흥법의 뼈대는 △운동선수를 위한 학습권 보장 △
최저학력제 적용 △주말리그제 시행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취지야 누구나 공감하는 옳은 말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올림픽
톱10에 들만큼 성장했지만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은 부실한 역피라미드 구조에서 자칫하면 엘리트 스포츠마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생활체육만 고집하다가 지난 20여 년
간 엘리트 스포츠 암흑기에 든 전례도 있다. 성적이 뭐가 중요하냐고 하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박태환 김연아 손흥민 같은 슈퍼스타가 앞에서 끌고, 생활체육이 뒤에서 미는 투 트랙이 완성돼야 기차는 굴러간다.
당시 기자는 이 법이 시행되려 할 때 1%의 운동 기계보다는 99%의 공부 기계를 위한 운동권 보장과 최저체력제 적용, 주중리그제 시행이 더 시급하다는 패러디 칼럼을 썼다. 실제로
공부 못하는 선수보다 운동 못하는 학생이 훨씬 큰 국가 손실이 아닌가. 수학을 모르는 선수는 문제인 반면 역시 셈법에 약할 수 있는 문화 예술인이나 저질 체력의 대학 진학자는 괜찮
다고 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내용이었다. 기자의 주장은 체육인들로부터는 박수를 받았지만 입시 지옥을 겪는 교육계가 받아들이기엔 턱도 없는 일이었다.
이후 체육계 폭력과 미투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박근혜 정부 때는 체육정상화 방안이, 문재인 정부 때는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 등이 나왔다. 보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숨 가
쁘게 앞만 보고 달렸던 체육계를 되돌아보는 조치였다. 물론 뼈대는 이명박 정부 때 버전에서 업그레이드 된 게 없었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기보다는 체육계 문화를 죄악시하고 체육인을 폄하하는 아주 질 나쁜 시선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체육
계의 자율적 결정과 자정 작용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치 군대에선 성폭력이 만연한 것처럼 과장하고, 무슨 일만 터지면 특별법이나 규제를 만들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정치적으로 이용
해온 측면도 있다. 과도하게 마녀 사냥을 당한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소송을 통해 하나둘 혐의를 벗고 있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체육계 다수 의견을 받아들여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재검토하는 등 체육정책을 대폭 손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
선 4개월, 취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 시급하지만 허투루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때도,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임명 때도 체육 전문가는 보이지 않았다. 110개에 이르는 국정과제 발표 때도 체육과 관련된 것은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 실현’이란 어설픈 문구 하나밖에 없었다. 아직 온기가 식지도 않은 대선공약 가운데 체육시설 이용료 소득공제가 무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체육시설은 종류가
너무 다양해 분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도서구입비, 공연 영화관람료 등은 소득공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스포츠는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어쩌다 보니 체육행정가가 된 사람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은퇴 이후 살아갈 전문성은 없다고 폄하해 온 선수 출신들에게 한두 푼 쥐어주는 복지정책이나 만들면 예산만 낭비하는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